올겨울 전력위기의 대안은 올겨울은 정말 추울 모양이다. 북극 얼음이 녹는 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심각하고 직접적인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 난방 수요를 채워줄 전력 공급이 불가능해졌다. 전기의 25%를 난방용으로 쓰는 우리에게 겨울철 전력 부족은 여름철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자칫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요행을 바랄 수도 없다. 현실적인 자구책을 찾아내야 한다.
국내 발전소 최대 시설용량은 8200만㎾ 수준이다. 지난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7400만㎾였던 것을 고려하면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현재 원전 23기 중 영광 5ㆍ6호기를 포함해 원전 7기가 가동을 중단했다. 1월 예비전력이 40만㎾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원전 관리 부실 여파가 어디까지 확대될 지 알 수 없다. 화력발전소도 안심할 수 없다. 작년 9ㆍ15 전력 대란 이후 모든 발전소가 심한 피로 상태로 가동되고 있다. 자칫 전력체계 전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릴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터키에서 소형 발전선을 빌려온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현재 전력 위기는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1990년대 말에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을 잘못 판단한 정부가 엄청난 보조금까지 풀어 난방용 전력 소비를 부추긴 결과다. 산업계 희생만 강요하는 지식경제부의 `비상 매뉴얼`도 믿을 수가 없다. 기업의 절전은 곧 생산 축소를 뜻한다. 올해만 해도 지경부가 전력 수요 조정에 날려버리는 예산이 40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지경부 절전 요구에 따라 조업을 감축한 기업에 지급한 보상비용이었다. 그런데 기업이 생산 축소로 감당해야 하는 손실 규모는 추정도 하기 어렵다. 자신들이 내놓은 정책의 연속성만 강조하는 지경부의 옹고집 때문에 발생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전력 정책에서만 실패한 것이 아니다. 기름값 안정 대책은 더욱 황당하다. 수익성도 불확실한 알뜰 주유소 사업에 농협을 억지로 끌어들이고, 국회가 정한 상표법을 철저하게 무시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ℓ당 40원이 넘는 관세와 수입분담금까지 동원해 일본 정유사와 수입업자를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은 없다. 에너지 정책 비전도 없고, 기술적 전문성도 없고, 최소한의 관리 능력도 갖추지 못한 지경부에서 에너지와 자원 정책을 전담하는 에너지자원부를 독립시켜야 한다.
과도한 난방용 전력 수요를 줄여야 한다.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6위 규모 원유 정제능력을 가진 정유산업을 활용하면 된다. 다행히 생산량 중 60%를 수출하고 있는 경유는 곧바로 난방용 등유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등유 난방이 전기만큼 편리한 것은 아니다. 실내 공기 오염과 화재 위험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당장 전기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상황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비닐하우스와 공장 난방은 반드시 등유로 바꿔야 한다. 등유 난방의 열효율이 화력발전소보다 3배나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등유가 저탄소 녹색성장에 어긋나는 대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맹추위 속에서 정전이 되면 전열기는 물론이고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보일러도 무용지물이다. 소형 등유 난방장치가 비상용 구명 수단이 될 수 있다. 등유의 세금과 경유의 유류세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최고급 에너지인 전기의 무분별한 낭비를 줄이지 못하면 전력위기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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