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정전시스템 작동 안돼 ''화 키웠다'' 지난달 30일 서울 정전에 부산항 등 항만 물류 마비 국제신문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2012-07-02 21:00
- 운영사, 자가 발전기 고장 - 화물운송 프로그램 멈춰 서 - 수시간 화물 반·출입 스톱
- 부두 운영사 "벌써 세 번째" - 사고 때마다 땜질처방 논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지역 호우로 순간 정전이 발생, 부산항 등 전국 항만의 전산망이 다운돼 항만 물류가 수시간 마비됐을 때 항만운영정보시스템 운영회사의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와 자가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전국 항만운영정보시스템을 맡은 KL-Net(케이엘넷)의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일명 서버 호텔) 운영사 LG유플러스 등을 대상으로 항만 전산망 장애 원인과 조치 내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항만 물류 전산망이 고장난 것은 2007년 11월, 2009년 8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사고가 났을 때 응급 처방의 목소리만 요란했을 뿐 우리나라 수출입의 동맥 역할을 하는 항만물류시스템이 여전히 전력공급 차단 시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7시40분께. 부산항과 인천·광양항 등 전국 항만 전산망을 운영하는 케이엘넷의 IDC(서울 강남구 역삼동) 입주 건물 일대에 호우로 순간 정전이 발생, 항만의 화물운송 프로그램이 멈췄다. 이 과정에서 IDC가 제공하는 UPS와 자가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케이엘넷의 시스템이 멈췄고, 2시간이 넘도록 수출입 화물 반·출입에 필요한 각종 전자문서 중계 등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부산항 북항 신선대부두(KBCT)에는 컨테이너 화물을 옮겨 싣지 못한 트레일러의 대기 행렬이 게이트에서 2㎞ 가량이나 이어졌다.
신항의 한진해운신항만(HJNT)의 사정은 더 나빴다. 케이엘넷의 통신 소프트웨어가 아닌 별도의 한진해운 전용 통신모듈을 쓰는 탓에 이것의 오작동으로 이날 오후 1시30분까지 6시간 가까이 100여 대분의 컨테이너 화물운송에 차질을 빚었고, 일부 선박의 출항까지 지연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케이엘넷 측은 "앞으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내년 하반기까지 IDC 센터를 KT(영동 IDC), LG CNS(부평), 동부 CNI(용인) 등지로 분산,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케이엘넷은 "그동안 비용 문제로 미뤄왔던 재해복구(DR) 시스템 구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산항 부두 운영사 관계자는 "같은 사고가 벌써 세 번 발생했다. 2007년에는 전국 항만 물류가 12시간이나 마비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대책 마련에 부산했지만, 변한 게 없었다. 항만운영정보시스템이 언제 또 멈춰설지 불안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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