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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메모리에 무정전이란 없다
작성자 : 관리자    등록날짜 : 2012-06-15    조회수 :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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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메모리에 무정전이란 없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전력을 사용하는 주요 생산설비나 통신설비에는 불시의 정전사태에 대비한 UPS(Uninterrupted Power Supply)란 무정전 전원장치가 필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된 전력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70대 중반에서 80대 초반을 치며 안정적인 싱글골퍼임을 자부해온 한 지인이 “골프 기억력에 정전을 방지할 수 있는 비법은 없는가?”고 물어왔다.
사연인즉, 겨우내 골프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나간 두 번의 라운드에서 참담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못 쳐도 80대중반의 스코어는 내곤 했는데 두 번의 라운드에서 90대 후반을 친 뒤 정신이 멍해지더란다. 짜증이나 분노를 지나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골프와 영원히 결별할까 고민하다 혹시나 해서 다시 연습장을 찾았다는 그의 샷은 이렇다 할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상당수 골퍼들이 어느 순간 아무 이유도 없이 골프와 관련된 메모리가 송두리째 지워진 듯한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은 그야말로 느닷없이 찾아온다. 밤새 작업을 해서 컴퓨터에 담아두었는데 이튿날 다시 열어보니 흔적 없이 사라진 것처럼 황당하고 허탈해진다. 골프란 아침에 깨달았다가 저녁이면 까맣게 잊는 운동이라는 말이 있듯 골프의 깨우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톱클래스의 프로골퍼가 어처구니없는 게임으로 컷오프 당하듯 안정된 싱글 골퍼도 90대를 넘나들기도 한다. 수십 년 보기플레이어를 자부하는 골퍼도 어느 순간 100돌이로 추락하는 게 골프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골프의 기복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유는 많다. 낯선 코스, 좋지 않은 컨디션, 라이프사이클의 문제, 동반자 등 외부요인에서 찾지만 최종 귀책사유는 결국 자신에게 있다. 지나치게 자신감에 차있거나 위축되었든가, 신중하지 않고 덤볐거나 너무 많은 것을 재다 혼란에 빠지는 등 잇달아 결정적 실수를 저지르며 벼랑에서 추락하는 이유는 많다. 

그래서인지 골프를 잘 치기 위한 지침이나 매뉴얼은 수없이 많다. 18세기부터 쓰기 시작한 교습서는 지금도 계속 쓰여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많은 골프의 지첨과 매뉴얼을 항상 완벽히 기억해낼 수 없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고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집중력이 강해도 골프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 
골프 기억력에 관한 한 무정전이란 없다. 아침에 깨달았다가 저녁에 잊는 것이 골프의 속성이다. 치매 단계까지 가지 않은 것만이라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나 이 일시적인 정전현상이 우리로 하여금 골프채를 놓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단서다. 한번 배운 것을 평생 잊지 않는다면 골프는 정말 재미없는 게임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미 골프라는 운동이 도태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따금 찾아오는 골프메모리의 정전현상 때문에 골퍼들은 자신을 다시 점검하고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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