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무정전전원장치(UPS)·발전기 시장이 저가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UPS(왼쪽)와 발전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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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국내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발전기 시장은 저가 중국산 제품의 잠식으로 국산화가 좌초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시장 형성 초기단계부터 글로벌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구축되면서 국내 기업이 설 자리를 잃은 데다, 이같은 흐름이 장기간 이어져 기술 격차 또한 상당히 벌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UPS 시장의 경우 저가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근 10년째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 민간부문에 ICT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무정전전원의 관심이 고조돼 지난 2018년 시장규모가 3000억원 수준까지 고성장했으나 시장 수요가 국내 기업이 주로 포진된 저용량에서 글로벌기업 중심의 중·고용량 제품으로 넘어가면서 규모가 이내 2000억원대로 내려 앉았다. 근래 들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의 대용량 제품이 주를 이루다보니 산업 전반 반등 모멘텀을 맞이하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저압시장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국내 기업 간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저가 중국산 유입은 가속화됐다. 설령 국내 기업이 중·고용량 제품을 개발했다손 치더라도 수요처에서 글로벌기업 제품을 선호하다보니 시장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UPS기업 관계자는 “관급시장에서는 중·고압뿐만 아니라 저용량 제품까지 글로벌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UPS의 핵심인 ‘신뢰성’에 의구심이 일면서 시장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기간 ‘저압은 중국산, 중·고압은 글로벌기업’이라는 등식이 시장에 적용됨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신기술·제품을 개발할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일례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9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UPS의 생산용량을 기존 ‘500kVA 이하’에서 ‘1000kVA 이하’로 확대해 중·고용량 진출길을 열어줬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업계의 참여는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UPS기업 관계자는 “중·고용량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병렬 연결 기술’의 고도화·안정성 확보가 중요한데, 이러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 극히 드물다”며 “시장 위축으로 추가 투자 여력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상당수 업체가 저가 중국산 제품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기시장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발전기 시장에 진입하는 등 일부 성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민수용 발전기의 경우에는 중국산 제품 유입이 상당 수준 진행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연간 5000억원 규모의 발전기 시장에서 민수 비중이 80% 수준으로 크다는 점도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민수시장이 관수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암암리에 저가 중국산 발전기세트를 공급하는 등의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발전기기업 관계자는 “민수시장의 경우 대다수가 기본적인 시방서에만 의존해 계약이 이뤄지다보니 일부 기업이 수요처에 알리지 않고 라벨만 교체한 중국산 제품을 쓰는 경우도 태반”이라며 “이를 사후에 인지한 고객이 제품 교체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중국산 중에서도 ‘하이엔드급’으로 불리는 유수 기업의 제품도 있으나 국내 기업들이 가격을 최우선 시 하면서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산화는 커녕 시장 전체를 내주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광국 기자 kimgg@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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